서울 이야기

“‘대서울’ 건설”의 자기서사(自己敍事) ― 1970년대 초 시정종합교양지 『대서울』 연구

cityscape 2026. 2. 18. 13:09

1970년대 초 서울시가 발행한 시정종합교양지 『대서울』을 분석한 논문 「“‘대서울’ 건설”의 자기서사(自己敍事)」(박선양・김영준) 이 도시사학회 학회지 『도시연구: 역사·사회·문화』 40호(2025.11)에 게재되었습니다.  이 잡지는 지금까지 학술적으로 다뤄진 적이 없는 자료로, 양택식 시장 재임기 서울시가 '대서울 건설'이라는 비전 아래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간 과정을 '자기서사'라는 관점에서 해석한 논문입니다.

 

그리고 이 포스트는 논문에 담지 못한, 이 자료와의 만남과 연구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논문을 쓰고, 투고하고, 게재된 것은 2025년의 일이지만,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울의 지도자료와 사진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대학교 교양강좌에서 '서울학'을 만나고, 처음엔 역사박물관에서 나오는 보고서와 도록으로, 지도집을 모았다. 그러다 개별 지도 파일을,  지도집을 찾아 보며 오래전 재개발된 내 동네의 모습을 찾아봤고, 접근 가능한 가격이라면 지도 실물 소장으로 이어졌다.
지도가 항상 중심이었지만, 서울을 보는 자료는 지도에서 조금씩 확장되었다. 서울사진아카이브나 서울기록원, 서울역사아카이브 들이 점차 공개되고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내가 찾아보는 자료도 조금씩 늘어갔다. 자료 찾기의 절반은 무엇을 검색하느냐다. 키워드로 무엇을 넣는가. 내가 원하는 걸 찾으려면 구체적으로 키워드를 쓰는 것보다, 그걸 포괄할 수 있는 검색어가 필요했다.(언젠가 쓰겠다고 마음에 품은 주제가 아무튼, 검색. 같은 것이다.)
"서울"이, "서울특별시"가 키워드인 자료를 여러 갈래로 검색하고 찾아다녔다. 새로운 자료를 발견하는 게 좋았다. 『대서울』역시 그렇게 만난 자료다. 2019년의 어느 날도 인터넷헌책방에서 서울을 키워드로 자료를 검색하던 중 우연히 창간호부터 여러 매물이 올라와 있는 게 보였다. 서울도서관에 찾아보니 창간호는 없지만 원문열람이 가능한 호가 몇 개 있었고, 클릭해서 보니 '어, 이거 뭐지?',  '대박인데?' 싶어 바로 올라온 호차를 다 샀다. 
실물을 받아보니 잡지를 만든 사람들도, 필진들도 예사롭지 않은 잡지인데, 어디에도 이 잡지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내가 찾을 수 있었던 건 서울도서관 보존서고에 소장된 호차들이 있고, 원문으로 서비스된다는 것 뿐이었다. 이 자료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싶지만 없었고 궁금해 하다가 책장 한 켠에 두고 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2019년 9월. 대서울을 처음 만났을 때.


논문 작업은 김영준 박사님과 2025년 초부터 시작됐다. 대서울을 해제하고, 이 자료를 세상에 학술적인 글로 알리고 싶었다. 확보되는 호차를 각자 발제하듯이 꼼꼼히 읽고,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자료에서 촉발되는 질문들이 점차 쌓여갔다. 왜 이런 정도 분량의 잡지가 활용되지 않았을까, 해제되지 않았을까. 이 잡지는 어떤 계보에서 볼 수 있을까. 양택식 시정에서 이 자료의 의미는 뭐였을까. 국문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이 저명 문인들(각주28에 언급되는)의 참여는 어떤 거였을까.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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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울을 처음 접할 때, 여러 권의 실물로 이 자료를 만났기에, 개별적인 내용보다 하나의 덩어리로 이 매체를 볼 수 있었다. 이 자료를 자기서사로 본 것도, 물성에서 출발한다. 만약 pdf 파일로, 서울도서관 원문 뷰어를 통해서 한 부씩 보았다면 아마 이 자료에 대한 인상, 그에 따른 접근이 달랐을 것이다. 
대서울을 '자기서사'로 읽겠다는 관점은, 
석사논문("편집된 서울의 얼굴")의 주제의식, 나아가 내가 서울을 이해하고 읽는 방식과 연결된다. 이 도시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체화하고 말하는지, 어떻게 재현하고 재현되는지가 나의 관심사다. 특정한 인물에, 건물에, 제도에 관심을 두기 보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도시를 어떻게 구성하는가,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자료를 해제하면서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관점이었고, 이론적 프레임에서 풀어보고자 '자기서사로' 조금 더 좁혀 들어갔다.

논문 초반에 시정연구와의 계보를 정리하는 작업 역시, 대서울과 함께 시정연구도 일부 호차의 실물을 소장하고 있는 것과 연결된다. 아마 두 잡지를 실물로 접하지 않았다면, 연결을 쉬이 떠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같은 판형과 닮은 구성 (시정 화보라던지)에서 시정연구와 연결점을 생각할 수 있었고, 시정연구의 창간호 마지막호, 대서울의 창간호와 송년회보 글에 더 깊이 들어가면서, 그사이에 서울기록원의 문서들을 연결하면서 대서울지의 전사와 계보를 잡을 수 있었다. 쓰는 과정에서 서울기록원의 기록들과 서울도서관의 원문서비스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연구의 시작이었던 이 자료와의 만남과 문제의식부터, 이 연구를 가능하게 한 여러 기관/서비스의 존재가 연구에 미친 영향들을 계속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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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간행물의 계보도 읽기는 블로그에서 했었던, 서울시 홍보매체의 변천사 http://cityscape360.kr/8 와도 방법론과 관점이 일부 연결된다. 성격이 다른 매체지만 꽤 긴 기간, 시장의 변화속에서 시정매체를 읽어본 경험이 시정연구-대서울을 보는 기본적인 시각에 깔려서-최초의 의심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서울시장은 매체로 자기서사를 쌓는구나. (그렇게 정체화하지 않았지만.)
양택식 시장은 왜 시정연구에서 대서울을 만들었을까. 어떤 시점이었기에 시도했고, 창간할 수 있었고, 창간을 하기 위해 어떤 작업들을 했고, 그렇게 만든 잡지에 어떤 말들을 담았는가. 물론 당연히, 실무적으로 시장이 관여한 부분이 크지는 않았을 거라 해도, 단순히 편집 구조를 바꾸거나 분량을 더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제호를 여러 조직 개편과 더불어 시도한 것에서, 이 잡지 서사의 구조와 전략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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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는 많은 발견의 순간이 담겨있다. 각주28-30에 있는 문학작품에 대한 부분은, 여러 겹의 사전 지식과 발견이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는 이런 코너가 있다 정도로 다루던 것이, 아무래도 너무나 저명한 작가들의 참여가 이어졌다는 점, 그들이 '서울'을 직접 얘기했다는 점, 그런데 많은 작품이 공식 작품집에서 찾기 어렵다는 점까지 …. 특집과 논설 외에 문학작품도 목차를 정리하다 보니 뭔가 더 파고들만한 지점들이 보였다. 김광섭의 작품에 「서울」은 없지만 「대서울」은 있고, 그의 「대서울」에 대해서는 논문도 있었는데, 논문에 짤막히 소개된 「대서울」은  『대서울』속  「서울」과 본문이 꽤 닮았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2005년 출간된 김광섭 시전집에서, 출처가 『대서울』로 적혀있는 「대서울」을 본 순간, 그 짜릿함, 두근거림, 흥분됨은 아직도 선명하다. 혹시 몰라 당시 발간된 1971년 시집 원본을 확인하기 까지 그 하룻밤의 시간도 길게 느껴질만큼. 이게 의미하는게 뭘까? 여러 질문과 연결고리들이 생각났다.  『대서울』 밖에서  『대서울』이 출처로 표기된 글을 처음 만난 것이기도 했고(동아일보의 비판기사를 제외하면), 매체-작품-작가의 관계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잡지의 복합성과 중요성을 설명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신명순의 희곡도, 처음엔 아니 이런 소재를 관 발행 매체에 연재하나? 정도 인상이었다가, 파고들수록 이상하고 특별한 점들이 보였고, 본문에 펼칠 수는 없지만 대서울에서 볼 수 있는 면들을 최대한 펼쳐두고 싶었다.

잡지 서사 분석의 중심은 특집과 논설에 있지만, 이 문예란이 어쩌면 당시 서울을, 서울의 편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해 보였다. 장식처럼 보이는 코너인데 거기 들어간 편집의 과정 (투고 요청, 투고, 구성, 이후 저작에서의 전개..)에서 읽을 수 있는 것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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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에서 대서울이 소장된 것은 논문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했다. 초반 서지사항을 정리할 때만 해도 국중에는 소장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다. 잡지는 무엇보다 창간호가 중요한데, 창간호가 나만 소장하고 있는 것보다 국립아카이브에도 있는게 훨씬 의미가 있으니, 논문에는 좋은 일이었다. 곧바로 국중에서 실물을 열람했고, 장서인으로 보건데 아마 최근 기증을 받은 자료로 보였다. 
대서울 창간호 실물 열람 외에, 앞에서도 종종 언급했지만, 국중의 협약도서관 원문열람 서비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도서관의 서가를 거닐며 자료와 만나는 순간을 가장 좋아하지만, 이렇게 닿기 어려운 자료들을 여러 도서관에서 웹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지식인프라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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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울은 이제 주요 목차와 서지사항을 정리한 상황이지만,
나중에 목차 검색이 가능해졌을 때,
본문 전체가 검색이 가능해졌을 때,
이 매체 대한 접근과 연구는 또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걸 기대하면서, 그럴 수 있게, 계속해 보겠습니다.

 

 

논문링크: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2488923